김병년 목사님과 아픈 사모님, 그들의 사춘기 자녀들. 그 삶의 이야기. 싸우고, 화해하고, 회복하고, 사랑하고, 보듬어 주는 이야기를 통해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우리는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되고 의미가 있다. 이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한 번 감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의 삶과 믿음, 사랑의 이야기이다.
“아빠, 우리는 가난한데 왜 이렇게 행복한 걸까?”
수요예배를 마친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막내 윤지가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 우린 가난한데 왜 이렇게 행복한 거야?”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의 입에서 ‘가난’과 ‘행복’이란 단어가 동시에 터져 나와서. 사실 내 상황을 알거나 글로 읽은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혼란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 꼬마 아이의 눈에 비친 내 인생은 가난하면서도 행복한 삶이었다.
늙은 하나님
내가 여기까지 살아온 것은 순전히 엄마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그막에 예수를 믿고 집사가 되신 엄마가 항상 빠뜨리지 않는 기도는 "우쨌든 우리 아들 잘되게 해주이소"이다.
얼마 전 전화 통화를 하며 어머니께 물었다.
"엄마, 요새도 '우쨌든 기도'하나?"
"인제 안 한다. 요즘은 주기도문으로만 기도한다 아이가."
"우와, 우리 엄마 기도 제대로 배웠네."
목사가 된 아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혈육에서 출발한 어머니와의 관계는 이제 성도의 교제로 새로워졌다.
내가 한동안 섬긴 적 있는 동안교회의 기도원에는 이런 액자가 걸려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을 대신합니다."
난, 오늘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러 가는 것이다. 이제 팔순이 되어 당신 몸도 잘 가누지 못하시면서 쉬지 않고 음식을 바리바리 담아주시는 '늙은 하나님'을 만나러 간다.
아내가 나를 키운다
한낱 작은 개척교회 목사인 나를, 아내가 유명하게 만들었다.
나의 설교와 간증은 아내와 함께 살며, 아내를 돌보며, 아내를 그리워하는 시간 속에서 만난 하나님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아내로 인해, 아내를 통해 경험하고 만난 하나님이 내 이야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정주 시인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의 바람"이라고 했지만, 나를 키운 건 병든 아내의 고통이다. 아내는 건강할 때도 나를 높였고, 아파 누운 지금도 나를 높이는 사람이다. 바란 적 없지만, 내 삶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내, 내 삶의 동반자
부부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으로 부름 받은 존재이다. 그러나 아내가 가장 원하는 그것을 나는 가장 어려워한다. 그건 성육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성육신이 어려운 이유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머물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함이 아니라 함께 있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중년에 들어서던 해에 아내가 병으로 쓰러졌다. 불시에 찾아온 질병은 내 삶의 방식을 뒤바꾸어 놓았다. 이전에는 나를 돌보던 아내가 이제는 내가 돌봐야 하는 아내로 서로의 역할이 바뀌었다.
질병은 아내와 나 사이를 부부 관계에서 환자-보호자 관계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먹여주고, 돌봐주고, 씻겨주고, 안아주고, 자세를 바꿔주고, 침을 닦아 주여야 하는 보호자가 되었다. 그러나 남편인 나는 아내와 더불어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병상에 누운 아내를 집에 가만히 두면 환자가 된다. 그러나 비록 병들었어도 배우자로 인정하고 다양한 삶의 영역으로 함께 동행하기 시작하면 환자가 아닌 '동반자'가 된다.
[목차]
추천의 글_아픔이 아픔에게
여는 글_ 아빠, 우린 왜 이렇게 행복한 거지?
#1. 아프고 슬프고 고마운 이름, 가족
_고통은 가족의 일상이 되었지만
삶이 닮아간다│괴롭히며 사랑하는 아이들│엄마를 돌보는 어린 사랑│니고데모가 안경을 꼈어?│죽도와 죽도록│즐거운(?) 승리│찬송으로 하나 되기│싸게 놀지 마요!│부전자전│감출 길 없는 본성│춘녀의 장난감│추억 만들기│따스함을 부르는 말, 여.보.│재미로 사는 아들│춘돌이의 사춘기│아들에겐 복음, 아빠에겐 복통│누워 사는 여자들│오늘은 천 원만!│어느 막내딸의 치사랑│한 시간짜리 아동 학대│두 남자의 심야 수다│목사가 사람을 버려?│그것도 몰랐어?│아들의 문자메시지│닮는다는 것│두려움을 몰아내는 비결│품는 것이 사랑이다│그리운 당신 목소리│자라지 않은 사랑│죽도록, 죽을 때까지│아내도 투표했다│왜 술을 만드냐고요!│늙은 하나님│엄마를 부르면│망구 씨│아들 보기 부끄러워│아빠, 바람 피우지?│사랑하다 왔어요
#2. 일상, 부르심과 임재를 발견하는 곳
_삶의 공간을 채우는 빛
다시 글을 쓰며│압력밥솥│무의미한 1등│손을 잡지 않는 이유│한 통의 문자│내 돈으로 샀어│해야 할 일 vs 하고 싶은 일│약한 자와 함께할수록│지나친 열심│예기치 않은 복│축구와 성화│두 세계 사이의 죄인│삶과 산│낫지 않아도 사랑은 계속된다│마음이 전해지길│봄꽃 다 지겠다, 비야│자녀이자 종│우리 가족│사랑아, 오라!│일어나 걸어라?│쉬운 상황, 어려운 판단│불안 속에서도 피는 꽃│도둑질 vs 착취│춘돌이의 성경 적용│아이들의 대답│아내에게만 최선을!│생각지 못한 은혜│차라리 내가 공부를?│끼니와 안식│아빠의 정체는?│거룩한 삼각관계│소망은 눈물 뒤에 온다│간증의 유효 기간│능력보다 사랑이 먼저│남자들끼리 살까?│아픔도 삶의 일부│연합을 방해하는 것들│열림 버튼, 닫힘 버튼│너네 아빠 찾아가라│누군가의 시선에 따라│아내가 나를 키운다│아내, 내 삶의 동반자│스물일곱 살 수진을 만나다│향수와의 대화│허물도 쓸모가 있다│LTE에서 2G로│다시, 기나긴 일과
#3. 신앙, 생의 이면에 눈을 뜨다
_내가 너를, 오래 기다렸다
고통 덕분이다?│고난 없는 삶은 없다│기도와 분별력│잠에 취한 기도│부부 관계와 기도│하나님 중심의 삶│세우기와 허물기│그분 뜻대로 vs 내 뜻대로│아픔도 빛을 낸다│근본적인 이유│멈추지 않는다면│긍정적 사고와 믿음│단 하나의 두려움│조폭보다 못하려고│솔로몬의 실패한 자녀 교육│믿음과 치료 사이│‘어디로’부터와 ‘누구’로부터│집 떠나면 고생│전능하심의 근거│삶으로 하는 설교│성경과 부적│오직 사랑만이│삶이 흔들릴 때의 기도│하나님의 계산법│가장 좋은 성도들│손녀의 믿음 vs 할머니의 믿음│더 소중한 것│아들과 함께 주시는 것│원망과 믿음│아플 땐 아픔만 느껴질 뿐│두 번 죽은 나사로│보여주는 사랑│두 종류의 밭│시간의 거룩함│다 잘하겠다는 욕심│단순함이 주는 담대함│하나님의 자유 vs 나의 자유│관심의 초점│고난이 주는 유익│순종 없는 간구│더불어 산다는 것│주어와 목적어 관계│문제는 숫자가 아니다│쉬지 말고 기도하라│자유함의 비밀
닫는 글_ 내 일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이름들
https://www.youtube.com/watch?v=eT2G0O2Fr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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