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독이었던 김병년 목사님이 쓰신 책. 사모님이 쓰러지고 너무 힘들었던 시간들을 3남매와 함께 이겨나가면서, 하나님을 만나고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김병년 목사님이 교회에 간증 왔었을 때가 기억나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으니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말은 이제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간증 같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고, 따뜻해지고, 용기를 내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 힘들어하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 그런 책이다.
고통 속에서 나는 하나님을, 인생을 알아가는 중이다.
이 책은 죽음의 그림자인 육체의 질병 앞에서 비교적 솔직하게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고통을 향한 우리 가족들의 항거가 만들어 내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다. 나의 삶은 죽음에 가깝지만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어 아름답다.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해서”라는 시구처럼, 아픔도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임을 배우게 되었다. 고통은 나로 하여금 하나님을 찾게 했고, 이전에 내가 몰랐던 하나님을 알게 했고, 결국에는 나의 고통으로 말미암아 고통당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했다. 찾아온 고통을 극복하는 법만 가르치는 현실에서 고통을 품는 법을 배웠다. 서두르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법 또한 배웠다.
한국 교회에서는 현실적인 성공과 병의 치유를 경건한 신앙의 모범으로 여긴다. 신앙과 성공, 믿음과 병고침이 반드시 동반된다고 여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믿음의 사람들이 숨 쉴 공간은 없다. 항상 뭔가 부족하고 잘못된 인생을 살아가는 듯한 정죄감에 시달린다. 낫지 않는 병 때문에 아픔을 겪으면서도 믿음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듣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낫지 않는 것이 결코 믿음이 없기 때문이 아님을 알려 주고 싶었다.
오랜 시간 투병하는 환자를 둔 믿음의 가족들에게 전한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믿음이라고, 해답은 없어도 살아 있는 것이 믿음이라고. 신앙은 우리에게 고통을 없애는 능력만이 아니라 고통을 품게 하는 능력도 준다. 고통이 삶을 묶었지만, 믿음은 고통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삶의 아름다움을, 부부간의 사랑을, 자녀양육을 그리고 성도들을 사랑하고 위로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랑하는 진실한 믿음의 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 저자의 말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을 속으로는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인의 갈대)
아내의 눈물을 이해하고 난 뒤부터는 나는 하나님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왜 내게 이런 답답한 여자를 주셨을까? 어느 날 우리 부부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기도하러 갔다. 내 멘토가 심각하게 일러준 말이 떠올랐다.
"병년 형제, 형제가 결혼한 자매는 세상에서 가장 온유한 자매에요. 주연 자매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거예요."
12장 다 갚을 수 없는 사랑의 빚
아내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우리 가정에 닥친 큰 어려움은 재정 문제였다. 하나님이 우리의 필요를 채워 주실 것을 의심해 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확신에 차 있지도 않았다. 정 없으면 전세금을 빼서라도 해결해야지 하는 막연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내게는 언제나 BGR 기도가 있다. 일명 '배째라' 기도다. "하나님 일이니 하나님이 알아서 하세요"하고 끝내는 것이다. 상황이 해결된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고 바닥까지 갈 때 드리는 기도다. 몹시 화가 날 때 드리는 기도이기도 하다.
목사님은 이런 기도에 실제로도 작은 기적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때에 따라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간증처럼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필요를 알맞게 채워주시는 분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20장 삶에 해답이 주어지지 않을 때
기도 응답이 없을 때, 우리는 대게 두 가지를 의심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신가? 하나님을 전능하신가?' 그러고는 둘 중 하나라고 결론내린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은 해도 능력이 없으시거나, 능력은 있어도 우리를 사랑하시지 않거나.
나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내게 능력을 나타내셔서 아내를 일으키시는 것을 보고 싶다. 절단된 다리가 기적처럼 다시 생기는 것도 보고 싶다. 오죽 답답하면, 나는 그런 믿음이 없으니까 그렇게 기도하는 분들의 믿음대로 되게 해 달라고까지 기도할까. 숨이 턱턱 막힐 때마다 하나님께 묻곤 한다. "하나님, 지금 대체 뭐하고 계세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다. 차라리 "안 낫는다"라고 속시원히 한 말씀이라도 해주시면 좋겠다. 낫지 않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는데, 여전히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어쩌면 그분은 전혀 다른 뜻을 갖고 계신지도 모른다. '맞다, 아니가'라는 명확한 선언보다 내가 그분의 뜻을 스스로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리처드 로어는 이렇게 말해다. "해답을 가졌다는 것이 믿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무런 해답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믿음이다." 해답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음은 오직 믿음 때문이다. 하나님은 내게 믿음을 사랑으로 바꾸도록 요청하고 계신다. 그러기에 나도 내 삶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뛰어넘어 매일, 하루, 한순간을 사랑해 보려고 한다. 아내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당신의 한마디를 기다리며
1부 우리 결혼했어요
1 웃기만 하는 아내
2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3 기도로 만난 아내
4 엉망진창 결혼생활
5 가정을 낳는 가정
6 당신 덕분에 풍성한 삶
2부 깨어나도 식물인간입니다
7 난 보호자가 아니에요
8 중환자실 앞에서
9 부르찢으라
10 병상에서 맞는 결혼 10주년
11 첫 번째 퇴원
12 다 갚을 수 없는 사랑의 빚
13 아빠가 안 놀아 주잖아
3부 하나님, 저 좀 그만 때리세요
14 일상, 소망과 좌절을 반복하며
15 윤지가 돌아왔다
16 또 한 번의 시련
17 아내의 발
18 하나님, 저 좀 그만 때리세요
19 고통당하는 자를 쓰시는 하나님
4부 그래도 사랑합니다
20 삶에 해답이 주어지지 않을 때
21 솔직한 기도
22 예수님은 하나님의 눈물
23 고난당하는 자에게 필요한 것
24 야곱의 축복
25 하나님이 크게 쓰시려고
26 함께 천천히 걷는 광야 학교
맺는 글: 난 당신이 좋아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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