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노력하지 않아도, 더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우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따뜻하지만 중립적인 안내자 같은 책
《남자 vs 남자》와 《사람 vs 사람》으로 “예리한 심리분석과 사회적 통찰이 깃든 정교한 글쓰기를 하는 컬럼니스트”라는 평가를 받았고, 심리에세이《홀가분》을 펴내며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 주치의로 자리 잡은 심리치유 전문가 정혜신의 신간 《당신으로 충분하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내 마음 보고서’(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개발한 개인맞춤형 심리분석 프로그램) 결과 가장 평균적 모습을 보인 30대 여성 4명과 정혜신 박사가 6주간 진행한 집단 상담을 토대로 했다. 기존의 심리서가 특정 문제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법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 책은 상담 참석자들이 자기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덮어둔 상처를 용기 있게 대면하며 치유에 이르는 상담실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여전히 어른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고, 대면하는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던 이들은 치유자 정혜신과 다른 참석자들의 건강한 지지와 공감을 받으며 서서히 가벼워진다. 심리상담하면 으레 떠오르는 일대일 상담이 부담스러웠던 독자들, 가족으로 인한 상처나 소통에 대한 막막함으로 힘들어했던 독자들에게, 이 6회의 세션은 상담실에 같이 앉아 자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고민해보고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나와의 상담을 통해 조금이라도 치유가 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 조근조근 설명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내게 끊임없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물었던 질문들에 대해 한 번에 몰아서 찬찬히 대답하고 싶었다. _프롤로그에서
대한민국 30대 여성의 상처와 고민을 6주간 들여다보다
낯모르는 사람끼리 깊은 신뢰와 호감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바탕 위에서
자신을 활짝 열어가는 과정, 그 안에서만 가능한 뜨거운 지지와 위로, 격려 그리고
깊은 깨달음을 얻는 일련의 과정. 그것이 바로 집단 상담이다.
-본문에서
집단 상담을 통한 치유적 요소 중 첫 번째는 보편성(universalization)이다. 쉽게 말하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집단 상담 중에 다른 사람들의 아픈 경험에 대해서 깊이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그간 ‘나만 이런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중략) 사람은 내가 지닌 문제적 감정이나 생각들, 행동들을 다른 사람 일반과 비교해볼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이 어떤 내면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문제를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남과 다른 병적인 감정과 문제적 생각을 혼자서 하고 있는, 그래서 약간 정상이 아닌 인간’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나만 예외적인 존재라는 느낌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그런데 집단 상담에서 발견하게 되는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은 자신에 대한 안도감을 갖게 한다. ‘그래도 괜찮은 거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만 이상하게 동떨어진 인간이 아니었구나’ 하며 안심한다. 그 느낌은 사람에게 치유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치유적인 깨달음이다._128-129쪽
치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진정한 공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노력할 것이 별로 없구나.
노력할 필요가 별로 없구나. 나 자체로도 괜찮구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치유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 _본문에서
불편함도 ‘건강한(또는 정당한) 불편감’과 ‘불건강한 불편감’이 있다. (중략) 아빠와의 부정적인 경험, 기억들이 떠오를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정상적이다. 정당한 답답함인 것이다. 그런데 힘들고 답답한 기억이 떠오를 때도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자기감정을 지우려고만 드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불건강하다. (중략) 내면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존재하는 고통을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 이때 생겨나는 불편감은 자신에 대한 건강한 문제의식의 결과이며 현실에 대한 적절한 감정이입이다. 그때의 불편감은 건강한 불편이다._65-66쪽
당신의 상처 경험보다 당신은 더 큰 사람
죽을 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으로 충분하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견고한 자기 굴레를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라 한다.
‘모름지기 서른이 넘으면, 모름지기 숙녀라면, 모름지기 장남이라면, 모름지기 가장이라면, 모름지기 고3이라면, 반드시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슈드비 콤플렉스다.
사회에서 한 사람을 규정하는 역할들은 동시에 여러 개다. 가장이지만 막내아들이기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선 귀염둥이 총무로 통하지만 교회에 가면 엄숙한 장로일 수 있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여러 역할 중에 어느 하나의 역할과 기준만으로 그 사람의 삶 전체를 구속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서른이 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다 억제하도록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는 해인처럼.
해인은 ‘서른이 넘었’지만 ‘미혼의 여성’이자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성인이다. 그 나름의 자유도 누릴 충분한 권리가 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내린 ‘서른 넘은 어른’이라는 획일적이고 강력한 자기규정이 해인을 과도하게 지배하고 구속하고 있다. 슈드비 콤플렉스에 과하게 휘둘리면 사람은 당연히 획일화된다._78-79쪽
‘괜찮다. 기대가 무너져도, 가족이 무너져도 괜찮다. 너는 언제나 괜찮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수에게도, 모든 사람에게도, 나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미수의 바닥에 있는 감정을 담담히 듣는다.
상처가 되었던 경험들, 억울한 감정, 분노했던 마음들, 이런 것들을 드러내면 자기가 무너져버릴 것 같거나 너무 수치스러울 것 같다고 미수는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미수의 경험’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미수’도 동시에 존재한다. ‘미수의 경험’보다 ‘미수’는 훨씬 더 큰 개념이다. 미수가 상처받은 경험 때문에 미수가 바로 무너져야 하는 건 결코 아니다. 이것을 나는 담담한 태도로 미수에게 전달한다. 미수, 너의 상처 경험보다 미수 너는 언제나 더 크다._127-128쪽
[목차]
프롤로그-나를 치유자로 키운 건
들어가기 전에
상담에 참석한 사람들
첫 번째 세션-왜 이렇게 내 삶에 자신이 없는 걸까?
상담실 문을 두드리게 된 이유
공감을 노력한다
내 마음, 내 감정, 내 느낌, 내 생각
두 번째 세션-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지식 말고 네 마음을 말해봐
‘서른 넘은 어른’이라는 자아
울면 나약한 사람
‘나와 나’의 관계에 가혹하지 마라
세 번째 세션-괜찮다, 모든 게 무너져도 너는 언제나 괜찮다
상처를 드러낼 수 있을까
당신의 상처보다 당신은 더 크다
아빠에게 듣고 싶었던 한마디
우울에 잠시 머물기
네 번째 세션-내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와 함께 존재하는 순간
상처 대신 웃음.
지혜를 도와 미란을 도울 수 있다면
의존적인 사람이 싫어요
외로움, 두려움의 근원
다섯 번째 세션-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으로’ 충분하다
그 순간 공감이 가능했던 건
내 마음에 한 번만 더 물어봐준다면
저는 그만 노력하고 싶어요
여섯 번째 세션-아, 내가 그런 거였구나
제가 좀 착해진 것 같아요. 솔직해지고
좀 이렇게 열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조금씩 내 마음에 솔직해진다는 것
아, 내가 그렇게 외로웠었나?
매끈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 마음
에필로그-상담이란 조금 특별한 기차 여행 같은 것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722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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