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자궁내막증/자궁근종] 통증과 수술 후기

pencilcase 2022. 1. 21. 12:37
반응형

[자궁내막증/자궁근종] 통증과 수술 후기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은 건 2021년 6월이었다.

훨씬 이전부터 통증이 심했는데, 막상 산부인과를 가려니 계속 망설여져서..

정말 안 되겠다 싶을 때 가서 진단 받음.

이땐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더 일찍 갔었어야 했다..

수술을 21년 10월 6일 받았으니 정말 못 참을 고통이 5개월 넘게 이어짐.. 

 

내가 겪었던 자궁내막증 증상

- 생리전후에 엄청난 골반 통증 (무릎까지 이어짐), 왼쪽이 많이 아팠다.

   약 없이는 안되는 통증, 약먹는 횟수나 개수가 점점 늘어났음. 

- 심한 생리통 (왼쪽 아랫배)

- 시간이 지날수록 생리전후 뿐 아니라 매일 통증이 있었다. 골반통, 무릎 통증, 아랫배 통증 

   매일 진통제를 3알씩 먹음 (수술 전까지 이어짐) 그렇지만 통증은 거의 잡히지 않음 (자궁내막증 통증은 진통제로 잘 안 잡힘ㅠ)

   생리기간에는 하루에 진통제 6-8알을 먹어도 아팠음 

- 생리 시작하는 날짜에 쓰러짐.. 지옥 같은 고통. 7,8,9월에 각 1번씩 (실신할 정도로 고통이 심함, 저혈압을 동반해서 앞도 잘 안 보임..)

- 줄어드는 생리량 (남들은 늘어난다는데 나는 엄청 많이 줄었음)

- 심한 변비와 배변통 (나중에 보니 유착이 너무 심했음)

- 야간뇨 (혹이 커지면서 방광이나 장기를 눌러서 생김)

 

자궁내막증은 정상적으로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 내막 조직이, 복강 내 다른 장기에 부착되어 발생한다  [EBS 명의]

 

진단받기 몇 달 전에는 대장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이런 증상이 자궁내막증의 전조증상인지 몰랐기 때문에, 내과 쪽 진료를 받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그러다 통증이 심해지고 21년 6월에 동네 산부인과에서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는데,

진료해주신 쌤이 정말 잘 봐주시는 쌤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자궁내막증은 진단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

근데 그 쌤은 초음파로 혹이 몇 개 있는지, 그리고 내가 말하는 증상들을 들으시고 자궁내막증이 99% 확실하다고,

진료의뢰서를 써 줄테니 하루라도 빨리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으라고 권하셨다.

보통 5cm 이하는 수술하지 않고 호르몬 치료를 권하는데 통증이 있는 경우는 3cm 이하여도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심.

그런말 듣고도 정신 못차리고 3개월이나 시간을 보냄ㅜ

 

살면서 입원도 한 번 안 해봤는데, 수술이라니..

일단 병에 대해서 알아야겠다 싶어서 매일 여기저기 찾아가며 공부했고,

자연치유로 고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그쪽으로 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었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혹 사이즈만 커져서 고생 고생함ㅠ

첨에 진단받을 때 젤 큰 혹이 4.5cm였는데 수술받을 때 보니 7cm로 자라 있었다.

 

이런저런 노력에도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쓰러지기까지 하니..

9월 초에 하던 일을 접고, 그제야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보러 가게 된 것.

가기만 하면 바로 진료 보고 수술 날짜 잡을 줄 았았다.

그런데 이미 환자들로 꽉 차서 검사받는데만 몇 달이 소요될 것 같았다.

그래도 진료받고 검사받고 지내고 있었는데, 9월 추석 전날 일이 터졌다.

혹이 터져서 죽기 직전까지 아프면서 데굴데굴 구르게 되고,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것저것 검사를 많이 받았고, 한참 뒤로 예약되어 있던 CT도 그날 바로 찍게 되었는데 이건 정말 다행이었음.

그 덕에 수술 날짜를 최대한 당겨주셔서 10월 6일에 수술하게 되었다.

응급실에 실려갔던 날 너무 힘들었는데, 덕분에 수술이 빨라졌다.

수술 때까지는 처방받은 진통제로 버팀.

자궁내막증은 나처럼 증상이 심한 사람도 있지만, 없는 사람도 있다. 너무 아팠을 때는 그게 어찌나 부러운지.. ㅎ

 

자궁내막증
사진 : mayoclinic.org

수술 당일 (입원 1일 차)

복강경 수술 전날 처방받은 관장약 비슷한 약?을 먹었는데도, 신호가 오지 않아서 좀 당황했는데, 다행히 병원으로 출발하기 전에 두 번 볼일을 봤음. 대장내시경처럼 완전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후기글을 봤어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수술 대기 중에 혈압을 측정하는데, 너무 낮아서 간호사들이 침대에 눕히고 발을 위로 들어 올리는 자세로 계속 있으라고 했다.

혈압이 40/80이었는데, 그 자세로 있으니 100까지 나왔음. 완전 신기함.

하지만 일어나면 또 낮아지고 해서.. 한참을 누워서 대기함.. 수술 전에 혈압 측정만 10번은 한 듯..

수술실에 들어가니 의료진이 엄청 많아서 놀람.

마취과 쌤이 호흡기를 코랑 입에 대고 '숨 크게 쉬세요' 말한 뒤부터는 기억이 안 난다..

한참 뒤에 누군가 막 깨워서 일어나니 침대에 누워있었고, 엄청 추웠다.

자면 안 된다고 말해주셔서 안 자려고 노력했는데, 어느샌가 잠들었던 것 같다. 

병실에 도착해서 간호사 두 분이 옷을 갈아입혀줌;; 그때 보니 소변줄이 꼽혀 있었음.

수술한 교수님이 오셔서 수술 잘 됐다고, 혹이 내부에서 파열돼서 그거 긁어내느라 힘드셨다고 하심.

나중에 외래 때 사진으로 보니 유착이 너무 심해서 왼쪽 난소와 자궁이 한 덩어리로 뭉쳐져 있었고 이 덩어리가 오른쪽 난소까지 뻗치고 있었다. 어쩐지 오른쪽 난소도 콕콕 찔렀는데ㅠ 

자궁내막증 혹 큰 거 한 개랑 근종 작은 거 4개 떼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는데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ㅎㅎ 

난소가 20% 소실되긴 했지만, 남은 난소 80%가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위로도 해주심.

이 부분은 수술 전에 난소 소실될 수 있다고 미리 말씀을 주셨다.

수술 후에 무통주사를 맞고 있었는데도 너무 아팠음ㅠ

근데 혈압이 낮아서 무통주사를 잠그셨는데, 진통제가 혈압을 더 낮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심ㅠ

간호사 붙잡고 너무 아프면 어떡하냐고 하니, 말하면 일반 진통제 처방받아 준다고 하심. 

밤에 해열제를 맞아도 열이 많이 나서 얼음팩 큰 걸로 등이랑 옆구리에 대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시원할 수가 ㅎ 좀 살 것 같았다.

열도 나고 아프고 2-3시간에 한 번씩 열, 혈압 체크하러 오고 그러는 바람에 잠은 거의 못 자고 체력이 바닥이었다.

 

입원 2일 차

아침에 죽이 나왔는데, 가스통 때문에 한 숟가락밖에 못 먹음.

방귀 나오면 밥으로 나온다고 했는데, 계속 안 나오고 갈비뼈랑 어깨 부위에 가스통이 엄청 심했다.

근데 이 날부터 걸어야 한다고 하셔서 복도를 천천히 왔다 갔다 걷기 연습.

유착방지 차원에서 계속 걸어야 한다고 하셔서 억지로라도 걸으려고 노력함.

나중에 알고 보니 유착은 수술 2주 안에 결정된다고 어디선가 봤다.

하지만 수술 후 지금도 틈날 때마다 걸으려고 노력 중이다.

복강경 수술이라 간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전신마취도 했고, 막상 수술 후에 체력도 엄청 떨어졌고, 호르몬 치료 중인 지금은 점점 할머니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운동은 꼭 필요한 것 같다.

2일 차 저녁에 다행히? 방귀가 나와서 이 기쁜 소식을 간호사실에 전달함 ㅎㅎ

 

 

반응형

 

입원 3일 차 (퇴원)

아침에 밥 먹고, 복도 왔다 갔다 운동하고, 담당 쌤이 수술부위 소독해주시고, 퇴원 수속하고 집으로 왔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수술인데도, 수술 통증도 오래가고 걷는 것도 쉽지 않아서 고생했지만 자궁내막증 통증이 없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근데, 통증이 완전 사라진 건 아니었고, 그 전 통증이 100이라면 수술 후는 95 정도 된 것 같아서 사실 살짝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병원에서는 수술 후 회복기가 지나면서 점점 좋아질 수도 있다고 하심. 실제로 점점 좋아졌다. 

담당 교수님이 무서운 말씀을 하셨는데, 수술 후에 통증이 사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

통증이 남아있으면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자궁내막증 통증은 거의 다 사라져서 정말 정말 감사했다.

아 그리고 수술 후에 다른 분들 얘기 들어보니, 팬티 사이즈를 3 사이즈 정도 늘려서 입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임.

배가 너무 빵빵해져서 속옷도 크게 입어야 하지만, 츄리닝 원피스 하나밖에 못입음. 수술 후 두 달 정도 츄리닝 원피스만 입고 걸었음.  

 

 

자궁내막증 발생 원인 

대략 이럴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함.

1. 이소성 이식설 : 역류된 생리혈이 복강 내로 흘러들어 가 발생
2. 체강 상피 화생설 : 체강 상피가 자극을 받아 자궁내막 세포로 변이되어 자궁내막증이 된다는 것
3. 면역의 저하

4. 유전적인 영향 : 1촌 여자 가족 중 자궁내막증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7배 증가..ㄷㄷ, 하지만 여러 가지 유전자 및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함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자궁내막증과 자궁근종의 원인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젊은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으로 난소를 쉬어 줘야 하는데 그 시간이 없다는게 큰 문제라고 얘기함.

또한 강력한 원인으로 환경호르몬도 얘기했는데, 환경호르몬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특히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는 음료나 음식들을 너무 쉽게 접하는데, 집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부터 바꿔야 함.

자궁내막증 한번 앓은 후로 '제로 웨이스트'의 삶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예전엔 귀찮았는데 요즘은 텀블러 가지고 다니고, 1회 용품 거의 안 쓰려고 노력하고,

내 몸을 생각하는 일인데 알고 보면 지구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수술 후 첫번 째 외래에서 담당 교수님이 자궁내막증이 맞았고,

그 중에서도 재발율이 높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임신 계획이 없으면 바로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두 말 않고 바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그 때의 통증을 생각하면 호르몬 치료는 당연한 것이었다.

호르몬 치료를 하면 재발율이 확 낮아지지만, 하지 않을 경우 5년 안에 재발율이 40%로 10명 중 4명은 재발한다고 하니 당연히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자궁내막증에 걸린 사람은 평생 1번만 수술하는 경우는 잘 없다고 한다.ㅠㅠ

평균 3.5회 수술한다고 하니 호르몬 치료와 그 후 약물 치료까지 잘 받고,

식습관 생활습관까지 잘 관리해서 최대한 건강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