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스키노에서 상하이까지!
안중근 의사의 삶과 활동을 그가 다녀갔던 길을 따라 걸으면서 기록한 서적.
역사책으로만 읽었던 그의 활동을 박영희 시인의 글을 통해 눈으로 보는 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덕분에 독립활동의 의미를 가슴 뜨겁고 절절하게 느낄 수 있어 참 감사하다..
『안중근과 걷다』는 시인이자 르포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박영희 작가와 최종수 신부가 함께 작업한 책이다. 박영희 작가는 시인으로서의 감수성과 르포작가로서의 섬세함과 깊은 통찰력으로 안중근 의사의 삶과 안중근 의사가 걸어간 길을 따라나섰다. 최종수 신부는 천주교도로서의 안중근 의사의 자취를 살피게 했다.
『안중근과 걷다』는 안중근 의사의 활동과 행적을 따라 크라스키노-포시에트-빨치산스크-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포그라니치니-쑤이펀허-무링-하얼빈-차이자거우-하얼빈-창춘-북간도-뤼순-상하이이 순으로 밟아 나간 기행을 담았다. 그 기행 속에는 역사와 평전 속 안중근 의사의 모습도 들어 있고 각각의 공간이 품은 현재의 모습과 필자의 모습, 우리의 모습이 담겼다. 안중근 의사의 과거 치열했던 삶과 그 삶이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현재의 의미도 담고 있다. 결국 『안중근과 걷다』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안중근 의사가 걸어온 길과 삶을 입체적으로 전하는 셈이다.
한 사람의 삶은 죽음으로 끝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남긴 역사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안중근과 걷다』는 안중근 의사가 두고 간 소중한 역사를 차분하면서도 뜨거운 마음으로 여행하듯 살피며 지나간 그리고 다가올 우리 역사의 길을 다지게 한다. [예스 24 제공]
“나라가 없는데 어찌 백성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예수께서도 몸소 실천하는 분이 아니셨습니까.”
고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안중근은 원산 본당의 브레 신부를 찾아갔다. 브레 신부도 해외로 떠나려는 안중근의 성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중근이 정치적 선동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저버렸다는 게 그 이유였다.
돌이켜보면 최근 몇 년은 안중근에게 무척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광산 개발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 운영마저 난관에 부딪혔다. 이토 히로부미의 정미 7 조약을 생각하면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비롯해 가족들 얼굴이 한 사람 한 사람 차창에 박혀왔다. 안중근은 속으로 자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지 않길 바랐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까지는 780킬로미터. 국경이 가까워오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중근은 우덕순과 미리 의견을 나눴다.
첫째, 이토 히로부미를 반드시 쏠 것.
둘째, 달아나지 말고 총을 내던진 다음 ‘코레야 우라(대한 독립 만세)’를 크게 외칠 것.
셋째, 산 채로 잡혀 우리의 억울함과 정당성을 세계에 알릴 것.
주변 동태를 살피며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지홍차오 쪽에서 땡땡땡 요란한 신호음이 울렸다. 이토 히로부미의 도착을 알리는 소리였다. 안중근은 주먹을 질끈 움켜쥐었다.
‘내 심장이 뛰는 한 마지막 기회다.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탄 특별열차가 도착하고 있었다.
사형장에서 나와 북문北門 쪽을 향해 걸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떼 지어 몰려왔다. 뤼순감옥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은 풍경이다. 오늘따라 측백나무에 가린 담벼락 북문이 왠지 슬퍼 보였다. 마차에 실려 북문으로 빠져나간 안중근의 유해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수인 공동묘지였던 뒷산마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골목은 아주 사소한 일상들이 공존한다. 세탁한 옷을 대나무 막대에 걸어 말리는 풍경이 가을바람에 산들산들 그네를 타는 듯했다. 상하이만의 익살맞은 풍경은 훙커우공원으로 향하는 길에도 어김없이 펼쳐졌다. 대나무 막대에 걸린 색색의 옷들이 마치 오랜 정경처럼 거리를 수놓았다.
[목차]
머리말
안중근과 함께 걷는 길
첫 번째 발걸음: 크라스키노 안중근의 결의, 단지동맹
두 번째 발걸음: 포시에트 하얼빈을 향해 떠나다
세 번째 발걸음: 빨치산스크 가장 따뜻했던 날들
네 번째 발걸음: 블라디보스토크 하얼빈 거사를 기획한 『대동공보』
다섯 번째 발걸음: 우수리스크 페치카 최재형과 보재 이상설
여섯 번째 발걸음: 포그라니치니 러시아 국경역
일곱 번째 발걸음: 쑤이펀허 열여덟 살 소년 유동하
여덟 번째 발걸음: 무링 신부가 되길 바랐던 분도의 죽음
아홉 번째 발걸음: 하얼빈 여섯 발의 총성, 코레야 우라
열 번째 발걸음: 차이자거우 우덕순과 조도선
열한 번째 발걸음: 다시 하얼빈 나의 임무는 끝났다
열두 번째 발걸음: 창춘 외로운 하룻밤
열세 번째 발걸음: 북간도 발길을 돌리다
열네 번째 발걸음: 뤼순 위국헌신 군인본분
열다섯 번째 발걸음: 그리고 상하이 안중근과 가족들
참고문헌
박영희 - 시인, 르포작가.
시집 《그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즐거운 세탁》 《팽이는 서고 싶다》 《해 뜨는 검은 땅》 《조카의 하늘》, 르포집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두만강 중학교》 《만주의 아이들》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사라져 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 《길에서 만난 세상》(공저), 평전 《김경숙》 《고 마태오》(공저), 시론집 《오늘, 오래된 시집을 읽다》, 서간집 《영희가 서로에게》, 여행 에세이 《하얼빈 할빈 하르빈》 《만주를 가다》, 청소년 소설 《운동장이 없는 학교》 《대통령이 죽었다》를 펴냈다.
최종수 - 신부
1996년 사제서품. 수류성당, 캐나다 피터보르한인성당, 팔복동성당, 전주교구 농촌환경사목위원회를 거쳐 만나 생태마을에서 10여 년간 생태마을 공동체를 일구다가 지금은 조촌동 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다. 시집 《지독한 갈증》, 산문집 《첫눈 같은 당신》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평전 《고 마태오》(공저), 음반 《어느 신부의 사랑 고백》을 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3RYS_MoU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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